2010. 2. 4. 01:28

통영에 가면 세가지는 반드시 먹어보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술 한 병에 안주가 따라나오는 다찌, 통영 뱃사람을 상대로 처음 출발한 충무김밥, 그리고 바로 시락국입니다. 시락국이란 장어를 갈아 만든 밑국물에 시래기를 넣은 통영 고유 음식입니다. 아마도 시래기국의 통영 사투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을이 여물어 가는 2009년 10월 31일 아침, 해장 삼아 방문했습니다.

 

 

통영 서호시장 입구에 위치한 [원조시락국]을 찾았습니다. 통영을 돌아다니면 시락국을 하는 식당은 여럿 있습니다만, 원조로 꼽는 집은 이곳이라죠. 오래된 만큼 TV에서도 방송되었다는 광고 간판이 따로 붙어 있습니다. 원조 식당이 있으면 주변에 원조를 자처하는 식당이 몰리는 경우가 많은데, 특이하게도 주변에 시락국만 하는 식당은 [원조시락국] 밖에 없는데다 한창 바쁜 시장 입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내부는 단출하게 바(bar) 형식의 좌석이 두 개 마련되어 있으며, 한 쪽은 조리를 직접 대접 받는 쪽이고 다른 쪽은 가져다 주는 쪽입니다. 반찬을 덜 수 있는 반찬통이 길게 늘어서 있고, 양념과 식기, 반찬 종지가 개인별로 가져가 쓸 수 있게 놓여 있습니다. 다루는 메뉴는 시락국 밖에 없으니 음식을 제외하면 주인의 서비스가 따로 필요없는 구조입니다.

 

 

원하는 만큼 반찬을 가져갈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반찬 상태는 대부분 좋은 편이고 10가지 반찬을 반복해서 배치한 구조입니다. 반찬 별로 덜어 먹을 수 있는 집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서비스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위생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주문한 공기밥과 시락국이 나왔습니다. 주문 후 음식이 나올 때까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예전에 [원조시락국]에 들렀던 다른 블로그에서는 “국물이 필요하면 계속 드립니다”라는 국물 무한 리필이나, 메뉴가 따로국밥과 말이국밥으로 구분된다는 소개가 있었으나, 2009년 10월 31일 기준에서 그런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막상 시락국은 장어전문점에서 전채로 나오는 국물이나 잘 만든 추어탕처럼 장어의 풍미가 짙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조금 진한 맛이 나는 시래기국이라는 느낌입니다. 과도한 기대가 없다면 해장으로 즐길 만 하고, 강한 맛이나 깊은 맛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4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좋은 맛이며, 훌륭한 서비스보다는 적은 종업원에 맞춘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입니다. 여행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는 힘들겠지만, 주변에 사는 분들이 가볍게 먹을 만한 끼니나 경쾌한 해장으로는 충분합니다.

 

위치: 서호시장 입구 통영 농협공판장 맞은 편

 


큰 지도에서 골목원정대 보기
Posted by Atlantica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