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8. 01:58

일반적인 김밥과는 매우 특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 (마치 가자미 식혜처럼)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을 패닉으로 빠트리는 음식 중 하나인 [충무김밥]은, 일하는 중에 간편하게 식사를 마치려는 뱃사람 상대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금방 한 사람 분량을 포장해 가지고 배를 타고는, 식어도 맛이 변하지 않고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간단하 먹거리였겠지요. 처음으로 [충무김밥]을 만들었다는 곳이 통영 항구 앞에 있는 [뚱보할매김밥집]입니다. 날씨가 화창했던 2009년 10월 31일 낮에 찾아갔네요.

 

 

유명해지긴 한 모양인지, 유래로 전해지는 ‘항구 앞 저잣거리 식당’ 분위기는 아닙니다. 리모델링을 했겠지요. 원래 위치에서 옮겨온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서호시장에서 중앙시장 활어회 골목까지 항구를 따라 온통 [충무김밥]집입니다. 원조는 가장 찾기 쉬운 곳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겉모습처럼 가게 내부도 깔끔합니다. 가을철이라 성수기는 아닌 모양인지 주변이 한산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에는 계속 손님들이 들어오시더군요. 메뉴는 당연하게도 [충무김밥] 하나만 취급하고, 주말에는 선불이라고 하네요. 서빙은 전체적으로 무뚝뚝합니다. 정확히 할 일만 무표정하게 하는 분위기입니다.

 

 

유래를 생각해도 그렇고, 그날의 날씨도 좋아 포장을 해서 먹었으면 좋았겠습니다만 일단 식당 안에서 시켜 먹었습니다. 서울에서나 부산에서나 [충무깁밥]의 기본 세팅은 거의 같습니다. 바닥에 식당 로고가 새겨진 포장지를 깔아 줍니다.

 

 

밥을 작게 만 김밥입니다. 밥 상태 무난하고, 김 질도 나쁘지 않습니다. 1인분에 여덟 조각 나옵니다.

 

 

함께 나온 깍두기와 오징어무침입니다. 워낙 조리법이 뻔한 요리라 원조라고 특별히 다르지는 않습니다. 오징어는 말린 맛이 거의 안나고 적당한 식감이 좋습니다. 손님이 많이 오는 만큼 재료 회전이 빨라 기본에서 흔한 [충무김밥]집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깍두기도 달지 않고, 시원하게 담갔습니다. 김밥과 잘 어울립니다.

 

 

포장을 하지 않고 식당 안에서 먹으면 건더기가 없는 된장국을 줍니다. 미소처럼 단 맛이 나는 명동이나, 오뎅 국물을 주는 체인점에 비해 달지 않아 [충무김밥]에 잘 어울립니다. 조미료 맛이 조금 느껴집니다만, 엉뚱한 수준은 아닙니다.

 

원조라고 [충무김밥]이 별다를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닙니다만, 맛에 있어서는 기본에 충실하게 좋은 재료를 신선하게 사용해 만족스럽습니다. 전체적으로 단맛이 나지 않는 것이 좋네요. 가격은 싸다고 할 수 없겠습니다. 단출한 구성과 양을 살펴볼 때 1인분 4000원은 높은 가격이지요. 관광지 프리미엄과 원조 프리미엄 만도 아닌 것이 일대 가격이 대부분 동일합니다. 물론 명동의 얼토당토 않은 가격보다는 좋습니다만.

 

무엇보다 서비스가 아쉽습니다. 특별히 불친절하지는 않지만, 손님에게 친절해야겠다는 의지 자체가 결여된 전형적인 기계식 자세로 일관합니다. 뜨내기 손님이 많다고 해도 원조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곳이 이래서는 곤란하지요. 무뚝뚝한 것이 경상도 스타일이라고도 합니다만,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찾아오는 이상은 이미 경상도식 서빙을 고수할 문제가 아닙니다. 맛에 차이가 없다면, 처음 한 번 이상은 일부러 찾아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위치: 중앙시장 항구 쪽 여객선터미널 앞 거리, 광장 맞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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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