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1.19 곰탕의 전설이 되어가는, 하동관(河東館)
2010. 1. 19. 00:55

예전에는 지금의 SK텔레콤 본사가 있는 을지로 2가 골목 사이에 있었습니다만, 예전 건물의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지금의 을지로 쪽에 가까운 명동 건물로 옮겼습니다. 역사와 오랜 단골이 기억하는 예전 을지로 2가 시절을 아쉬워하시는 분도 많습니다만, 옮긴 명동 [하동관]도 본래 식당이 가지고 있던 오래된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하려고 한 듯 합니다. 오랜만에 곰탕을 맛보러 날씨가 화창했던 2009년 10월 24일 방문했습니다.

 

 

예전부터 하동관을 찾으셨던 오랜 단골 중에서는 지금의 명동 위치로 이사를 온 후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을 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신데, 개인적으로는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 위치에 있을 때 그리 자주 찾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고기를 골라 푹 끓여내 깊이 있는 맑은 국물을 내는 곰탕집은 흔하지 않고, 그 중 현재의 [하동관]은 여전히 서울에서 으뜸 가는 맛을 지닌 곳입니다.

 

 

본래 위치였던 을지로 2가 시절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 대를 이은 노부부가 그날 재료와 힘이 되는 때까지만 곰탕을 낸다던 명성은 최소한 현재 [하동관]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점심과 저녁 시간 사이에 가게를 문 닫는 전통은 오후 4시로 고정되었고, 강남에 분점이 존재하며, 업데이트가 활발한 웹사이트가 운영되는 현재의 [하동관]에 구전되던 과거의 명성은 형식화 되어 남았습니다. 다만 다른 식당의 기계적인 웹사이트에 비해 센스 있게 운영하는 웹사이트가 인상적입니다. 오랜만에 찾아 곰탕 기본(8000원)에 날계란을 추가했습니다. 라면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국물 맛이 강한 음식에 날계란을 푸는 조리법은 국물 맛을 죽여 싫어하시는 분이 있지요.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하동관]에서 계란을 파는 이유는 이 식당을 더 유명하게 만든 [식객] 1권에서 상세히 다루었으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장안의 유명한 설렁탕 집이나 곰탕 집은 김치가 받쳐주지 못하면 유명세가 유지되지 않지요. 심심하게 담궈서 우러나는 국물을 시원하게 내는 서울식 깍두기를 [하동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달달한 맛을 얕지 않게 우려내는 깍두기 맛에서도 내공이 느껴집니다.

 

 

식탁 구성은 단출합니다. 간을 보기 위한 소금이 놓여 있습니다.

 

 

이젠 다른 음식점에서는 보기 힘들어 [하동관]의 간판이 된 ‘깍국’을 추가한 곰탕입니다. 국물을 우려낸 서울식 깍두기의 달달한 국물을 곰탕에 섞는 마무리지요. 오히려 옮긴 건물이나 운영 방식보다 ‘깍국’에 대한 종업원 반응에서 예전과 다름을 느끼게 하더군요. 을지로 2가 시절에는 어르신이 직접 주전자를 들고 다니시며 “깍국, 깍국” 손님들에게 따라드리곤 했습니다. 명동에서는 새로운 손님들이 많은지 “깍두기 국물”로 찾으시는 분들이 많고 심지어 저는 “깍국”을 찾았다가 알아듣지 못하는 종업원께서 ‘깍두기’를 추가해 주시기도 하시더군요. 웹사이트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하동관] 고유의 단어를 종업원마저 모르는 상황이 아이러니했습니다. 홍보를 위한 웹사이트와 가게가 따로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식당 내부는 깔끔합니다. 맛도 나무랄 데가 없고요. 식당 역사와 소식을 잘 정리하고 있고 업데이트도 잦은 편인 웹사이트를 직접 운영하시는 것 같지는 않은 것처럼, 구전으로 전해지는 아련한 시절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찾기는 힘든 점이 아쉬움으로 남네요.

 

위치: 을지로입구 역 명동 쪽 출구(5번, 6번)에서 명동로 방향으로 들어가는 왼쪽 끝 골목

 


큰 지도에서 골목원정대 보기

Posted by Atlantica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