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1. 16:31

온갖 관광객이 지나다니는 명동은 분식류의 가벼운 음식을 찾는 손님이 많은 곳입니다. 그렇다고 묵직한 안주에 술 한 잔 하고 싶은 사람이 없을 수가 있나요. 퍼시픽 호텔 방향에는 그런 술 손님들을 기다리는 식당이 제법 있습니다. 그 중 (식당이 겨우 2개 뿐이라 조금 민망하지만) 족발 골목을 이루는 집 중 하나인 [뚱뚱이족발]에 추위가 가시지 않은 2010년 2월 3일에 다녀왔습니다.

 

 

골목을 지키며 오래 장사해서 꾸준히 찾는 손님이 많은 곳입니다. 족발을 먹고 싶으나 장충동까지는 가기 귀찮은 일본 관광객이(나 한국 사람들도) 찾는 골목이기도 하지요.

 

 

정리를 앞 둔 11시 경에 찾았는데도 손님들이 제법 있는 편이었습니다.

 

 

내부 장식과 식탁은 무난한 구닥다리 식당 스타일입니다. 족발 中 자를 시키니 물수건을 내옵니다.

 

 

일반적으로 족발을 시키면 맑은 콩나물국을 내주는 족발집이 많은데, 배추와 콩나물을 넣어 달짝지근한 된장국을 개별적으로 내줍니다. 달달하게 미소 비슷한 맛을 내는 국물을 개인마다 내주는 것은 일본 손님들을 의식한 세팅이 아닌가 합니다.

 

 

보쌈도 함께 취급하는지라 김치가 신선하고 씹히는 맛이 시원합니다. 조금 달긴 한데 근래 많은 식당에서 내오는 김치가 그러하니 이 집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상추는 신선하고 크기도 적당합니다.

 

 

고추는 큼직하지만 맵지 않고, 마늘은 통마늘을 그대로 내옵니다. 개인적으로 맵지 않은 고추를 좋아해 괜찮았습니다만, 마늘의 경우에는 젓가락만 가진 손님이 먹기는 힘들겠네요. 배려가 아쉽습니다.

 

 

족발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부추를 양념해 내줍니다. 명동 족발 골목의 족발집들은 부추를 함께 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빠질 수 없는 새우젓. 찍어 먹기 좋게 양념했습니다.

 

 

주문한 족발(中)이 나왔습니다. 육질은 무난하고, 잡내 없이 삶아 먹기 좋습니다. 양은 가격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장충동이야 원조 명성으로 뻥튀기 가격을 받는 곳이니 그렇다 치고, 공덕동이야 많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니 그렇다 쳐도, 일반적인 족발에 비하면 30%가량 비싼 반면에 엄청나게 인상적인 맛은 아닙니다. 비슷한 가격대에 훨씬 부드럽고 씹히는 맛이 좋은 족발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으니까요.

 

비교적 깔끔하고, 나쁘지 않은 족발을 내는 곳입니다. 손님이 많아 재료 회전이 빠르다보니 신선도도 좋은 편이고요. 하지만 받는 가격을 생각할 때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내부와 식기는 그저 그렇고, 위생은 종로 골목의 족발집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빼어난 편도 아니고, 무엇보다 건성건성인 서비스가 나쁜 편입니다. 가격은 명동 프리미엄이 있고, 서비스는 명동과 동떨어진 느낌이네요. 명동 근방에서 족발을 너무나 먹고 싶을 때 찾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일부러 찾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위치: 명동 퍼시픽 호텔 정면에서 좌측 골목으로 10미터 쯤 올라가다 보면 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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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
2010. 3. 17. 03:02

명동에서 을지로입구 지하철 쪽으로 나가는 방향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할머니국수]집은 흔한 분식을 싼 값에 다루는 일반적인 길거리 식당입니다. 그런데 명동에서는 바로 그것이 매력입니다. 이렇게 기본기가 있는 적당한 가격의 분식집을 찾기 쉽지 않거든요. 날씨가 조금씩 추워지던 2009년 11월 15일 저녁에 다녀왔습니다.

 

 

 

골목 안으로 바라본 [명동 할머니국수] 정문입니다. 이 골목에서 오래 있었는데, 체인점을 내기 시작한 이후로는 간판을 리뉴얼했습니다. 체인점은 드문드문 볼 수 있고 별난 레시피에 기대고 있던 곳이 아닌 터라 맛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언제난 일정 이상의 사람이 붐비는 곳입니다. 내부는 평범합니다.

 

 

 

테이블 위에는 두 개의 반찬통이 놓여있습니다.

 

 

 

먹을 만큼 옮겨 담으면 됩니다. 반찬 접시도 체인점 사업 후 간판이 붙어 나옵니다.

 

 

 

식당 간판과 같은 이름의 할머니국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만, 가장 싼 가격(3,000원)인 대신 제일 평범한 잔치국수입니다. 개인적으로 두부국수(3,500원)을 좋아합니다. 별난 재료나 조리 방법을 쓰지는 않지만 싼 가격에 만족스러운 맛을 내는 것이 매력입니다. 두부국수는 부드러운 국거리용 두부를 써서 국수와 잘 어울립니다.

 

 

 

다른 메뉴도 많은데, 많은 사람이 찾는 비빔국수(4,000원)도 시켜보았습니다. 비빔국수를 시키면 두부국수를 조금 내어옵니다.

 

 

 

 

무난한 것이 [명동 할머니국수]의 매력이기는 하지만, 비빔국수는 매우 평범합니다. 지나치게 달지 않게 나오지만, 비빔국수 특유의 텁텁한 고추장 맛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약간 외곽) 명동에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분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라 자주 찾는 곳입니다. 어떤 것을 시켜도 무난하고 특히 두부국수가 좋습니다. 약간 느껴지는 조미료 맛을 부드러운 두부조합이 상쇄 시킵니다.

 

위치: 명동로에서 을지로입구 지하철역 나오는 길에서 [하동관] 지나자마자 왼쪽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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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
2010. 3. 9. 02:29

고급 중식집부터 샤오롱바오를 취급하는 딤섬집, 전통적인 스타일의 중국집까지 화교가 직접 차린 중국집이 많은 명동은 서울에서 중국 음식을 먹어보려면 피할 수 없는 곳입니다. 최근에는 [딘타이펑]과 [꽁시면관]으로 샤오롱바오 인기가 좋습니다만, 명동로 한복판에서 오랫동안 영업하고 있는 [취천루]를 빼놓고 명동의 만두를 얘기하기는 힘듭니다. 추위가 점점 다가오던 2009년 11월 15일 저녁, 따뜻한 만두가 먹고 싶어서 다녀왔습니다.

 

 

땅값 비싼 명동로에서 70년 이상 영업하는 곳입니다. 겉모습부터 내부까지 전형적인 중국집입니다. 메뉴는 고기만두와 교자만두, 물만두 세가지를 취급하는데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6가지 메뉴가 되는 셈입니다.

 

 

자리가 좋은 곳인데다가 같은 곳에서 오랫동안 알려져서 손님은 많습니다.

 

 

만두를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나오는 반찬과 간장 종지. 일반적인 중국집과 같은 스타일입니다.

 

 

고기만두 1인분. 푸짐하게 나오고 내용물도 좋습니다만 6000원입니다. 내용물을 소고기로 할 경우 500원이 더 비싸집니다. 맛은 별 차이가 없는데다가 중국 음식이라면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가 원래 맛을 낸다 생각하여 돼지고기로 주문했습니다.

 

 

만두피가 두꺼운 만두입니다. 양은 꽤 많은 편입니다.

 

 

이쪽은 교자만두입니다. 가격은 고기만두와 같습니다. 한국사람들에게는 이쪽이 더 익숙한 맛이지요.

 

 

마무리가 좋고 속도 맛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권할 만 하고 고기만두보다 더 맛있습니다.

 

오랫동안 꾸준한 수준의 만두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이라 다녀왔습니다.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을 제외하면 만두 질에 비해서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내부와 외부 모두 구닥다리 싸구려 식당 분위기이고 서비스도 특별히 좋지 않습니다. 만두 맛은 나쁘지 않지만, 주변에 많이 생겨난 샤오롱바오 전문점 대신 고를 정도로 경쟁력이 있는 가격과 맛은 아닙니다. 계속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옛 추억을 기억하고 싶은 분이나 별나지 않고 기본기가 좋은 교자만두를 먹고 싶은 분에게는 좋겠습니다.

 

위치: 롯데백화점 건너편 명동로 명동 CGV 마주 보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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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
2010. 1. 19. 00:55

예전에는 지금의 SK텔레콤 본사가 있는 을지로 2가 골목 사이에 있었습니다만, 예전 건물의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지금의 을지로 쪽에 가까운 명동 건물로 옮겼습니다. 역사와 오랜 단골이 기억하는 예전 을지로 2가 시절을 아쉬워하시는 분도 많습니다만, 옮긴 명동 [하동관]도 본래 식당이 가지고 있던 오래된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하려고 한 듯 합니다. 오랜만에 곰탕을 맛보러 날씨가 화창했던 2009년 10월 24일 방문했습니다.

 

 

예전부터 하동관을 찾으셨던 오랜 단골 중에서는 지금의 명동 위치로 이사를 온 후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을 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신데, 개인적으로는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 위치에 있을 때 그리 자주 찾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고기를 골라 푹 끓여내 깊이 있는 맑은 국물을 내는 곰탕집은 흔하지 않고, 그 중 현재의 [하동관]은 여전히 서울에서 으뜸 가는 맛을 지닌 곳입니다.

 

 

본래 위치였던 을지로 2가 시절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 대를 이은 노부부가 그날 재료와 힘이 되는 때까지만 곰탕을 낸다던 명성은 최소한 현재 [하동관]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점심과 저녁 시간 사이에 가게를 문 닫는 전통은 오후 4시로 고정되었고, 강남에 분점이 존재하며, 업데이트가 활발한 웹사이트가 운영되는 현재의 [하동관]에 구전되던 과거의 명성은 형식화 되어 남았습니다. 다만 다른 식당의 기계적인 웹사이트에 비해 센스 있게 운영하는 웹사이트가 인상적입니다. 오랜만에 찾아 곰탕 기본(8000원)에 날계란을 추가했습니다. 라면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국물 맛이 강한 음식에 날계란을 푸는 조리법은 국물 맛을 죽여 싫어하시는 분이 있지요.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하동관]에서 계란을 파는 이유는 이 식당을 더 유명하게 만든 [식객] 1권에서 상세히 다루었으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장안의 유명한 설렁탕 집이나 곰탕 집은 김치가 받쳐주지 못하면 유명세가 유지되지 않지요. 심심하게 담궈서 우러나는 국물을 시원하게 내는 서울식 깍두기를 [하동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달달한 맛을 얕지 않게 우려내는 깍두기 맛에서도 내공이 느껴집니다.

 

 

식탁 구성은 단출합니다. 간을 보기 위한 소금이 놓여 있습니다.

 

 

이젠 다른 음식점에서는 보기 힘들어 [하동관]의 간판이 된 ‘깍국’을 추가한 곰탕입니다. 국물을 우려낸 서울식 깍두기의 달달한 국물을 곰탕에 섞는 마무리지요. 오히려 옮긴 건물이나 운영 방식보다 ‘깍국’에 대한 종업원 반응에서 예전과 다름을 느끼게 하더군요. 을지로 2가 시절에는 어르신이 직접 주전자를 들고 다니시며 “깍국, 깍국” 손님들에게 따라드리곤 했습니다. 명동에서는 새로운 손님들이 많은지 “깍두기 국물”로 찾으시는 분들이 많고 심지어 저는 “깍국”을 찾았다가 알아듣지 못하는 종업원께서 ‘깍두기’를 추가해 주시기도 하시더군요. 웹사이트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하동관] 고유의 단어를 종업원마저 모르는 상황이 아이러니했습니다. 홍보를 위한 웹사이트와 가게가 따로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식당 내부는 깔끔합니다. 맛도 나무랄 데가 없고요. 식당 역사와 소식을 잘 정리하고 있고 업데이트도 잦은 편인 웹사이트를 직접 운영하시는 것 같지는 않은 것처럼, 구전으로 전해지는 아련한 시절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찾기는 힘든 점이 아쉬움으로 남네요.

 

위치: 을지로입구 역 명동 쪽 출구(5번, 6번)에서 명동로 방향으로 들어가는 왼쪽 끝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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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