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0. 23:34

봄 음식 중에 새로 난 죽순을 버무려 만든 새콤달콤한 죽순회는 단연 별미입니다. 문제는 죽순회로 이름을 날리는 식당이 담양 일대에 제일 많다는 점이지요. 하지만 서울이 좋은 점은, 전국에 이름을 날리는 음식을 다루는 식당이 하나쯤은 어딘가에 있다는 점이 아니겠어요? 사당역 사거리에 있는 [담양죽순추어탕]에 2010년 5월 16일에 찾아가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사당 사거리 큰길에 있는데다 크기도 큰 식당이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드물게 죽순회를 취급하는 곳이라 다른 선택이 힘든데도 불구하고 실내가 깨끗하고 넓어 찾는 맛이 납니다.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깔끔하게 물수건과 시루떡을 내오는 센스가 첫인상을 좋게 합니다.

 

 

깨끗하고 넓은 실내만큼이나 탁자도 정리가 잘 되어있고, 청결합니다. 토속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뿐 아니라 서울 시내 대중음식점 중에서도 상위권에 들 만 합니다.

 

 

반찬을 내옵니다. 주문한 추어탕에 넣을 양념을 빼면 단촐한 구성인데, 깔끔하게 적당량을 내오는데다 손맛을 알기 쉬운 겉절이와 갓김치는 매우 맛깔 나서, 이 식당의 솜씨를 짐작하게 합니다.

 

 

본토에 비해서도 그리 밀리지 않는 신선한 죽순회, 가격은 13,000원이고 양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재료를 아끼지 않고 선도가 좋아 새콤하고 향긋한 맛이 잘 살아납니다.

 

 

개별 메뉴로 시킨 죽순추어탕입니다. 특 메뉴가 아닌 경우 8,000원인데 제목처럼 죽순의 향긋함이 잘 느껴지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미꾸라지를 갈아서 낸 깊은 맛과 자극적인 양념 맛의 조화가 매우 좋아서 최고는 아닐지라도 장안에 내놓을 만한 추어탕 맛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격이 싼 편은 아니지만, 접근하기 좋은 위치와 청결함, 내공 있는 손맛과 보기 힘든 죽순 음식이라는 점에서 첫 손에 꼽을 만한 향토음식점입니다.

 

위치: 사당역 6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다 바로 왼쪽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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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14. 03:03

내소산 입구, 매표소 앞에는 산입구 앞쪽 길이 으레 그런 것처럼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이 줄을 서 있습니다. 대부분 간단한 잡화점과 기념품 가게이자 식당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다른 곳과는 다르게 내소산 입구에 줄 선 식당은 밥 맛이 좋다고 하여 일부러 찾아갔습니다. 보슬비가 내려 시원했던 2010년 4월 10일 아침입니다.

 

 

내소산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식당입니다. 맛집으로 이름을 날리는 식당은 몇 안되는 메뉴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곳은 매우 다양한 음식을 취급합니다. 사전에 이 주변 식당은 청국장이 맛있다는 조언을 얻고 찾아갔습니다.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과 가까운 변산반도 안 식당답게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다섯 가지 젓갈이 기본으로 나옵니다. 하나같이 기본 이상의 맛을 하여 감탄했습니다.

 

 

젓갈에 이어 나온 기본 반찬도 수준 이상의 맛이 있고 무엇보다 푸짐합니다. 흔한 여행지 식당에서 가질 법한 기대가 보기 좋게 깨집니다.

 

 

청국장을 즐기지 않는 일행을 위해 바지락 칼국수도 주문했습니다. 별난 맛이 있지는 않지만, 바지락 칼국수를 한다는 어지간한 식당 이상의 맛입니다.

 

 

청국장은 비범한 수준은 아닙니다만, 역시 재료를 아끼지 않았고 구수한 맛이 살아 있습니다. 조금 더 청국장 냄새를 살렸어도 좋았겠습니다만, 이미 여행지 외지인 상대 식당은 훨씬 뛰어넘어 마음에 듭니다.

 

위치: 내소산 매표소 바라보고 바로 좌측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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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24. 02:47

경기도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레저용 요트를 접안하는 마리나 시설입니다. 현재는 계획 중이지만, 화성시 전곡항에는 이미 조그마한 마리나가 들어와 있습니다. 한적한 항구에 마리나도 붐비는 곳이 아니어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횟집이 넘치는 가까운 제부도와 다르게, 아담한 식당 몇이 늘어서 있던 전곡항에 2010년 2월 8일 들러 점심을 먹었습니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 아니라 한적하지만, 찾아간 횟집은 꽤 큰 건물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평일 낮 시간에 찾아 손님이 없었습니다.

 

 

점심식사로 우럭매운탕 정식을 시키고 기다립니다. 개인별로 밥과 물수건, 물컵이 나옵니다.

 

 

반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손맛이 있고 먹음직합니다. 전체적으로 조금 단맛이 있지만 어색한 정도는 아닙니다.

 

 

반찬으로 양념게장과 간장게장도 나옵니다. 알이 여문 꽃게는 아니라, 양념게장 쪽이 조금 더 맛있습니다.

 

 

서해안에 왔음을 확인하는 간재미 회무침. 주 메뉴인 우럭매운탕에 이어 두번째 간판이라 할 만 합니다. 이 시기의 서해안이 그런 것처럼 재료가 좋고, 매콤달콤하게 잘 무쳤습니다.

 

 

본 메뉴인 우럭매운탕입니다. 서더리로 끓인 것이 아닌 덕분에 우럭 씹히는 맛이 좋습니다. 맵게 조리를 해서 다른 횟집과 별 차이를 보이지는 않지만, 시원하게 먹기엔 그만입니다.

 

위치: 전곡항 마리나 입구에서 20미터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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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24. 03:28

서울에서도 [따로국밥]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밥과 국이 따로 나오는 스타일은 여기저기 흔적으로 남아있지만요. 서울의 [따로국밥] 역시 유래는 한국전쟁 때 서울로 올라온 대구 사람들이었다고 하죠. 화창한 하늘이 볼 만 했던 2009년 11월 1일 가을에 대구에서도 원조로 꼽힌다는 [국일따로국밥]에 다녀왔습니다.

 

 

대구 시내 중심가인 중앙로 큰길에 위치하고 있고 건물로 큼지막하게 지어 찾기 쉬웠습니다. 전통을 말해 주듯 새 간판 뒤쪽으로 옛 간판을 남겨 놓았고, 입구 한 귀퉁이에는 [국일따로국밥]을 시작한 1946년이 새겨져 있더군요.

 

 

해장 삼아 휴일 아침에 찾아서인지 손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돈이 잘 되어있었고, 식당 위치와 내부 분위기로 보건데, 평일에는 손님이 많을 법 합니다.

 

 

유일한 메뉴 [따로국밥]을 시킵니다. (메뉴는 세가지로 따로국밥, 특 따로국밥, 따로국수입니다. 따로국밥은 5000원입니다.) 신선한 재료를 충분한 시간 끓여 부드럽고 맛이 깊습니다. 잘 익은 야채가 약간의 단맛을 느끼게 하며 생각보다 자극적인 맛은 아닙니다. 구수한 맛은 없습니다만, 화학조미료 맛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시원한 느낌입니다. 서울에서 먹은 [따로국밥]도 비슷한 맛인 것을 보면, 지역과 시간의 차이에도 맛은 크게 변하지 않았나 추리해 봅니다.

 

 

당연히 밥은 “따로”나옵니다.

 

 

취향에 따라 넣어 먹을 수 있도록 부추가 나옵니다.

 

 

고깃국을 파는 집이 김치가 맛없으면 큰일이지요. 김치는 무난하고 신선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김치보다는 깍두기가 인상적입니다. [하동관] 등에서 볼 수 있는 국물 많은 서울식은 아니지만 시원하고 신선하게 관리가 되어있습니다.

 

맛은 서울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따로국밥] 전문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오히려 마음에 듭니다. 세월과 장소를 넘어 원조를 만난 느낌입니다. 오랫동안 손님을 받아 장사하고 명성을 쌓은 식당 특유의 여유와 깔끔한 식당 관리가 믿음직합니다. 재료와 반찬이 신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대구에서 한 끼 밥이 생각나거나 해장을 원할 때 찾아볼 만 한 식당입니다.

 

위치: 중앙로 큰길 흥국생명 옆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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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4. 01:28

통영에 가면 세가지는 반드시 먹어보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술 한 병에 안주가 따라나오는 다찌, 통영 뱃사람을 상대로 처음 출발한 충무김밥, 그리고 바로 시락국입니다. 시락국이란 장어를 갈아 만든 밑국물에 시래기를 넣은 통영 고유 음식입니다. 아마도 시래기국의 통영 사투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을이 여물어 가는 2009년 10월 31일 아침, 해장 삼아 방문했습니다.

 

 

통영 서호시장 입구에 위치한 [원조시락국]을 찾았습니다. 통영을 돌아다니면 시락국을 하는 식당은 여럿 있습니다만, 원조로 꼽는 집은 이곳이라죠. 오래된 만큼 TV에서도 방송되었다는 광고 간판이 따로 붙어 있습니다. 원조 식당이 있으면 주변에 원조를 자처하는 식당이 몰리는 경우가 많은데, 특이하게도 주변에 시락국만 하는 식당은 [원조시락국] 밖에 없는데다 한창 바쁜 시장 입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내부는 단출하게 바(bar) 형식의 좌석이 두 개 마련되어 있으며, 한 쪽은 조리를 직접 대접 받는 쪽이고 다른 쪽은 가져다 주는 쪽입니다. 반찬을 덜 수 있는 반찬통이 길게 늘어서 있고, 양념과 식기, 반찬 종지가 개인별로 가져가 쓸 수 있게 놓여 있습니다. 다루는 메뉴는 시락국 밖에 없으니 음식을 제외하면 주인의 서비스가 따로 필요없는 구조입니다.

 

 

원하는 만큼 반찬을 가져갈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반찬 상태는 대부분 좋은 편이고 10가지 반찬을 반복해서 배치한 구조입니다. 반찬 별로 덜어 먹을 수 있는 집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서비스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위생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주문한 공기밥과 시락국이 나왔습니다. 주문 후 음식이 나올 때까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예전에 [원조시락국]에 들렀던 다른 블로그에서는 “국물이 필요하면 계속 드립니다”라는 국물 무한 리필이나, 메뉴가 따로국밥과 말이국밥으로 구분된다는 소개가 있었으나, 2009년 10월 31일 기준에서 그런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막상 시락국은 장어전문점에서 전채로 나오는 국물이나 잘 만든 추어탕처럼 장어의 풍미가 짙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조금 진한 맛이 나는 시래기국이라는 느낌입니다. 과도한 기대가 없다면 해장으로 즐길 만 하고, 강한 맛이나 깊은 맛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4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좋은 맛이며, 훌륭한 서비스보다는 적은 종업원에 맞춘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입니다. 여행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는 힘들겠지만, 주변에 사는 분들이 가볍게 먹을 만한 끼니나 경쾌한 해장으로는 충분합니다.

 

위치: 서호시장 입구 통영 농협공판장 맞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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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
2010. 1. 26. 03:42

방배동 내방역 일대에서 널리 알려진 중국음식점으로 [만다린]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아니기 때문에 동네에서 알려진 음식점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블로그 포스트를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9년 10월 25일에 다녀왔습니다.

 

 

호텔이나 고급 식당가에서 볼 수 있는 고급 중식집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정통 중국식 음식점도 아닌, 짜장면 짬뽕을 취급하는 일반 중화요리집입니다. 분위기를 조금 더 고급스럽게 하고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한, 직장인 식당가에 있는 형태의 틈새시장형 중화요리 식당이지요. 상식적인 가격의 메뉴를 갖추고 있고 일반 동네 중국집에서 다루지 않는 메뉴도 몇몇 있습니다. 서비스는 동네 중국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종업원이 많은 만큼 일사분란한 느낌은 있습니다. 동네 중국집 생각하면 크게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수준. 프리미엄의 이름이 아깝지 않게 세 명 이상 시켜도 군만두 서비스 없습니다.

 

 

동네에 흔한 중화요리 식당에서 다루는 메뉴를 대부분 취급합니다. 대신 깔끔한 마무리와 음식으로 차별화합니다. 비슷한 부류의 프리미엄 중화요리 식당 중에서는 첫손에 꼽을 만큼 요리가 괜찮습니다. 주문을 하면, 적절하게 데운 차를 내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기본 반찬을 내놓습니다. 짜사이를 내놓는 것에서 프리미엄급 중화요리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식사는 [만다린]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인 ‘삼선짬뽕’을 주문했습니다.

 

 

다른 기본 반찬은 일반적인 중화요리집과 대동소이합니다. 깔끔하게 담겨 나오는 단무지와 양파.

 

 

양파가 나왔으니 춘장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깔끔하게 나오고 무난합니다.

 

 

기본 반찬으로 김치까지 제공됩니다. 김치는 중국산이 아니며 정석대로 담가 달지 않습니다. 특별한 재료로 맛을 내지는 않았지만 밑반찬으로 먹기에는 훌륭합니다.

 

 

주문 식사인 ‘삼선짬뽕’이 등장했습니다. 야채와 해물이 면발 위를 완전히 덮고 있어 짬뽕인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없을 정도입니다. 푸짐하게 건더기를 담아주는 스타일의 ‘삼선짬뽕’으로 유명한 [만다린]입니다. 곱배기가 아니라 보통이며, 식성이 좋지 못한 남자분들도 남기기 쉬운 양입니다.

 

 

맛은 식재료가 좋은 동네 짬뽕에서 상상할 수 있는 바로 그 맛입니다. 들어간 재료가 좋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한 짬뽕 조리로 충분합니다. 짬뽕 중에서도 고급형으로 꼽히는 ‘삼선짬뽕’에 프리미엄급 동네 중국집 클래스 식당이다보니 가격은 8000원으로 비싼 편인데, 양과 질에서 그만한 값어치는 합니다. 다만 어지간한 곱배기보다 많은 양을 소화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면 후회할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위치: 내방역 8번 출구 나오자마자 보이는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 10미터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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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
2010. 1. 19. 00:55

예전에는 지금의 SK텔레콤 본사가 있는 을지로 2가 골목 사이에 있었습니다만, 예전 건물의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지금의 을지로 쪽에 가까운 명동 건물로 옮겼습니다. 역사와 오랜 단골이 기억하는 예전 을지로 2가 시절을 아쉬워하시는 분도 많습니다만, 옮긴 명동 [하동관]도 본래 식당이 가지고 있던 오래된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하려고 한 듯 합니다. 오랜만에 곰탕을 맛보러 날씨가 화창했던 2009년 10월 24일 방문했습니다.

 

 

예전부터 하동관을 찾으셨던 오랜 단골 중에서는 지금의 명동 위치로 이사를 온 후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을 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신데, 개인적으로는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 위치에 있을 때 그리 자주 찾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고기를 골라 푹 끓여내 깊이 있는 맑은 국물을 내는 곰탕집은 흔하지 않고, 그 중 현재의 [하동관]은 여전히 서울에서 으뜸 가는 맛을 지닌 곳입니다.

 

 

본래 위치였던 을지로 2가 시절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 대를 이은 노부부가 그날 재료와 힘이 되는 때까지만 곰탕을 낸다던 명성은 최소한 현재 [하동관]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점심과 저녁 시간 사이에 가게를 문 닫는 전통은 오후 4시로 고정되었고, 강남에 분점이 존재하며, 업데이트가 활발한 웹사이트가 운영되는 현재의 [하동관]에 구전되던 과거의 명성은 형식화 되어 남았습니다. 다만 다른 식당의 기계적인 웹사이트에 비해 센스 있게 운영하는 웹사이트가 인상적입니다. 오랜만에 찾아 곰탕 기본(8000원)에 날계란을 추가했습니다. 라면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국물 맛이 강한 음식에 날계란을 푸는 조리법은 국물 맛을 죽여 싫어하시는 분이 있지요.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하동관]에서 계란을 파는 이유는 이 식당을 더 유명하게 만든 [식객] 1권에서 상세히 다루었으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장안의 유명한 설렁탕 집이나 곰탕 집은 김치가 받쳐주지 못하면 유명세가 유지되지 않지요. 심심하게 담궈서 우러나는 국물을 시원하게 내는 서울식 깍두기를 [하동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달달한 맛을 얕지 않게 우려내는 깍두기 맛에서도 내공이 느껴집니다.

 

 

식탁 구성은 단출합니다. 간을 보기 위한 소금이 놓여 있습니다.

 

 

이젠 다른 음식점에서는 보기 힘들어 [하동관]의 간판이 된 ‘깍국’을 추가한 곰탕입니다. 국물을 우려낸 서울식 깍두기의 달달한 국물을 곰탕에 섞는 마무리지요. 오히려 옮긴 건물이나 운영 방식보다 ‘깍국’에 대한 종업원 반응에서 예전과 다름을 느끼게 하더군요. 을지로 2가 시절에는 어르신이 직접 주전자를 들고 다니시며 “깍국, 깍국” 손님들에게 따라드리곤 했습니다. 명동에서는 새로운 손님들이 많은지 “깍두기 국물”로 찾으시는 분들이 많고 심지어 저는 “깍국”을 찾았다가 알아듣지 못하는 종업원께서 ‘깍두기’를 추가해 주시기도 하시더군요. 웹사이트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하동관] 고유의 단어를 종업원마저 모르는 상황이 아이러니했습니다. 홍보를 위한 웹사이트와 가게가 따로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식당 내부는 깔끔합니다. 맛도 나무랄 데가 없고요. 식당 역사와 소식을 잘 정리하고 있고 업데이트도 잦은 편인 웹사이트를 직접 운영하시는 것 같지는 않은 것처럼, 구전으로 전해지는 아련한 시절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찾기는 힘든 점이 아쉬움으로 남네요.

 

위치: 을지로입구 역 명동 쪽 출구(5번, 6번)에서 명동로 방향으로 들어가는 왼쪽 끝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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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