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9. 23:59

제주 올레길에 다시 와서 이번에는 가장 이질적인 길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해변이 하나도 없고 내륙에 난 길로만 이루어진 11코스를 골랐죠. 구름 낀 날씨가 맑지 않았던 2010년 5월 28일 오후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올레길과는 다르게, 공식 웹사이트의 안내만으로 출발 지점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물어물어 겨우 찾아낸 11코스 시작지점입니다. 모슬포항의 하모체육공원에서 시작합니다. 인가를 몇 군데 지나야 찾을 수 있어요.

 

 

시작길 역시 동네와 별다르지 않은 밭길입니다.

 

 

길 옆으로 보이는 밭을 경작하면 안된다고 하네요. 하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듯 보이는 밭길입니다만, 갈대가 펼쳐진 풍광이 시원합니다.

 

 

한적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곧 인공적으로 지은 것이 분명한 넓은 포장 지역이 나타납니다. 일제시대 때 비행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라고 하네요.

 

 

대부분은 밭으로 경작하고 있는데, 군데군데 남아있는 비행장 설비가 신기한 풍경을 만듭니다. 과연 저 설비는 어떤 용도로 사용했을까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추모비를 발견합니다. 길이 추모비를 따라 돌며 민족상잔의 아픔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올레길 11코스의 1/3 지점에 해당하는 모슬봉 정상입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숲길을 따라 올라가야 해서 잘 닦인 코스는 아닙니다.

 

 

모슬봉에서 바라본 모슬포 항 전경이네요.

 

이후로도 코스는 계속됩니다만, 11코스는 인가가 많이 끼어있어 찍은 사진 중에 쓸만한 것이 없네요. 볼만하다는 숲길 곶자왈에 이르렀을 때는 입구 휴게소에서 라면을 먹으며 동네분들이랑 수다를 떠느라 해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곶자왈을 지나치고 곧바로 목적지에 갈 수 밖에 없었지요.

 

다음에 한 번 더 도전해야할 듯 합니다.

 


큰 지도에서 삼천리연가 보기
Posted by Atlanticanus
2010. 7. 31. 14:24

제주도에서 제대로 된 맛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신선한 고등어입니다. 고등어를 회로 먹을 수 있는 호사도 제주도의 별미 중 하나지요. 성산 일출봉 주변에는 고등어 조림을 잘 하는 식당이 몇 모여 있습니다. 안주 삼아 먹어도 좋고, 밥과 함께 먹는 맛도 좋지요. 그 중에는 아예 고등어쌈밥이라는 메뉴로 들고 나온 식당도 있습니다. 넓은 자리에 시원하게 식당을 차린 [제주해물마을]를 2010년 4월 23일 저녁에 다녀왔습니다.

 

 

고등어 조림 식당이 대부분 상가가 있는 마을 주변에 있는데 비해, [제주해물마을]은 해변도로 가에 있습니다. 차로 접근하기가 편한 만큼 넓은 주차장을 안고 있어 시원해 보이더군요.

 

 

간판 요리가 고등어쌈밥이긴 하지만 [제주해물마을]이라는 제목답게 여러 해산물을 취급합니다. 물론 처음 온 식당이라 간판 음식인 고등어쌈밥을 주문했습니다. 인가 외곽에 있던 까닭인지 손님이 한 명도 없더군요. 찾아간 시기가 비수기이기도 했고, 평일 저녁이었던 탓도 있겠습니다. 도로 옆을 차지한 대신 동네 외곽이라 마을 사람이 찾기 힘든 이유도 있겠습니다. 식당을 나서고 본 동네 안 쪽에 있는 고등어 조림 식당은 그래도 손님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기본 반찬은 나쁘지 않게 나오고 각각 맛이 좋습니다만, 일인분 가격이 11,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안주 삼아 먹는 고등어 조림이라면 이해할 만한 가격이지만, 이 식당은 1인분씩 따로 팔고 있거든요.

 

 

쌈밥의 핵심 중 하나인 상추는 무난합니다. 지나치게 웃자라거나 작지 않아요. 밥도 그렇습니다. 여전히 가격에 비해 아쉬운 수준입니다.

 

 

고등어조림은 만족스럽습니다. 고등어 상태가 신선하고 푸짐한데다 야채와 감자가 적당히 들어있어 맛을 내고 있고, 양념도 적당합니다. 밥 한 그릇 뚝딱 먹기에는 아주 좋은 음식입니다.

 

그러나 마을 안 쪽에 모여있는 고등어조림 식당보다 더 훌륭한 지는 의문입니다. 가격도 맛과 양에 비해 만족스럽지는 않고요. 넓은 실내와 주차공간으로 볼 때 단체 관광객이나 회식에 자주 쓰일 법한 곳입니다. 비슷한 제목의 고등어쌈밥을 취급하는 다른 식당에 비해 재료를 제외한 요리 자체의 개성도 떨어집니다. 가격에 비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서비스예요. 손님이 전혀 없고, 한 사람 밖에 없는 상황에서 손님보다 더 많은 종업원의 접객 태도는 건성 그 자체더군요. 손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 정도라면 평소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을 지 짐작이 갑니다. 엄청 싼 가격으로 승부하는 식당도 아닌데 실망스럽습니다.

 

고등어조림도 맛있고, 반찬도 나쁘지 않았지만 별나게 오고 싶을 만큼 특별한 곳은 아니군요. 다음에 이 지역에 들를 때면 동네 안 쪽에 다니던 고등어조림 식당에 가거나 아예 다른 지역에서 고등어쌈밥으로 이름난 식당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단체로 성산 일대를 찾은 분들에게는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위치: 성산포 해변공원에서 고성리로 들어오는 지방도로 삼거리에서 왼쪽 편

 


큰 지도에서 골목원정대 보기
Posted by Atlanticanus
2010. 7. 29. 16:41

소문에 알려진 제주올레를 걸어 보기로 했습니다. 입문은 1코스가 좋겠다 싶어 제주시 버스터미널에서 버스에 몸을 싣고 시작점에 내렸지요. 날씨가 맑아 기분 좋았던 2010년 4월 23일입니다.

 

 

처음으로 개척한 올레길답게 찾아가기가 매우 쉽더군요.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 ‘시흥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리면 올레길 출발지를 알리는 표시를 찾을 수 있고 곧 표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제주올레 1코스의 시작은 야트막한 언덕 옆을 도는 길을 따라갑니다. 길을 잃지 않도록 가는 길목 나무에 올레를 상징하는 매듭을 묶어 놓았지요. 오던 길을 바라보며 한 장 찰칵.

 

 

언덕을 넘고 나니, 원래 가려던 길에 구제역으로 인한 출입 금지 안내가 있습니다. 뒤로 보이는 수풀은 아쉽지만, 길을 따라가다 보면 야생화로 가득한 꽃밭을 지나갑니다.

 

 

제주올레 1코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알오름에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입구는 아리송한 구조로 막아 놓았는데, 알고보니 사람만 통과할 수 있도록 돼있더군요. 알오름을 따라 올라가며 알오름 사진에 항상 등장하는 한 그루 나무를 보니 반갑습니다. 정상을 따라 올라가면 제주올레 상징인 (제주 조랑말을 모델로 했다는) ‘간세’가 나타나 제대로 왔다고 알려줍니다. 사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르던 길이었는데, 평일 오후에 찾은 덕분에 여유롭게 홀로 오를 수 있어 좋더군요.

 

 

알오름 정상에 있는 간세는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알오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등이 지고 있습니다.

 

 

알오름을 내려오면 간세의 안내를 따라 종달리 마을로 접어듭니다. 조그마한 시골 마을의 친숙한 풍경을 따라 걷다보면 해안도로를 따라 시흥리 마을에 닫게 됩니다.

 

 

시흥 마을에서 [시흥해녀의집] 식당을 지나칩니다. 올레 안내서에도 토속 식당으로 소개한 곳이고, 이런 [해녀의집] 간판을 달고 있는 제주 곳곳의 식당은 전복죽이나 조개죽이 맛 좋기로 소문나 있습니다만, 한창 걷기가 재미있던 참이라 그냥 지나갑니다. 제주올레 1코스에서 종달리 마을과 시흥리 마을을 지나는 구간은 다소 긴 시골 동네 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요기를 간단히 하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시골길이 신기한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시골길 자체에 큰 감흥이 없는 사람들은 지루하기 쉽거든요.

 

 

시흥 마을을 지나가면 본격적으로 성산 일출봉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부근부터는 사람도 제법 많아지고 무엇보다 풍광이 아주 훌륭합니다. 가는 길까지 계속 바뀌는 풍광을 즐길 수 있어요.

 

 

방목해 풀을 뜯고 있는 말도 쉽게 만날 수 있어 놀랐습니다.

 

 

성산 일출봉을 지나가다 보면, 본격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입장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기 때문에 이미 많은 사람이 오르고 있지요. 예전에 오른 적이 있는데다 제주올레 1코스에 포함된 것도 아니고 하여 그림엽서에 나오는 멋진 모습을 옆으로 하고 가던 길을 갑니다.

 

 

성산 일출봉을 뒤로 하고 아랫 동네를 지나 걷다가도 풀을 뜯고 있는 말을 만날 수 있습니다. 땅바닥에 있는 (제주올레 길안내를 위한) 파란색 화살표를 쫓다 보면 어느덧 해안도로를 걷다 해변을 만나게 됩니다.

 

 

이 곳이 제주올레 1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광치기 해변입니다.

 

 

제주올레 2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하지요.

 

 

광치기 해변에서 제주올레 1코스 마지막 표지를 알려주는 간세 옆에는 가설 건물로 [광치기해산물촌]이 있더군요. 써있는 대로 전복죽과 성게칼국수가 맛있다고 제주올레 가이드에도 나와 있는 식당입니다만, 제가 찾은 금요일 저녁에는 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저녁 식사를 이 곳에서 하려 했는데 열지 않아 아쉬웠습니다만,  생각보다 너저분한 분위기라 열려있었어도 들어갔을지는 의문입니다. 다른 올레꾼의 블로그에서 이 곳에 대한 악평을 읽고 나니 안 가길 잘했다는 위안도 있네요.

 


큰 지도에서 삼천리연가 보기
Posted by Atlanticanus
2010. 7. 21. 00:29

서울로 치면 한 때 번화했던 구 시가지에 해당하는 제주시 탑동은, 해변을 바라보는 호텔과 상가가 섞여 있는 곳입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회집도 무척이나 많지요. 하지만 시원한 한 그릇 김치찌개가 먹고 싶을 때 회집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오랜만에 찾은 탑동에 좋은 김치찌개 전문점이 생겼더군요. 봅 햇볕이 조금씩 뜨거워지던 2010년 4월 22일과 5월 27일에 다녀왔습니다.

 

 

이미 지역에서는 유명한 식당인 것 같더군요. 간판이 깔끔해 새로 지은 티가 나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리모델링을 한 지 오래지 않은 모양입니다. 가게 이름부터 [탑동 얼큰한김치찌개]로 김치찌개 전문점이라는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종업원들은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다루는 메뉴는 단 세 개로, 돼지김치찌개와 참치김치찌개, 비빔국수입니다. 모두 ‘얼큰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습니다. 메뉴 상에는 2인분 이상 주문이 가능하고 12,000원부터 시작하지만 한 사람 분량도 팝니다. 가격은 6,000원입니다. 두 사람 이상이 시키는 경우에는 계란찜을 내줍니다.

 

 

기본 반찬으로 세가지가 나옵니다. 보통 김치찌개 전문점은 반찬이 단순한 경우가 많은데, 3찬이면 적당한 수준입니다. 반찬 하나하나를 정갈하게 준비해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상 한 쪽 편에는 김이 준비되어있습니다. 김치찌개를 밥과 비벼 먹을 때 쓰라는 의도입니다. 먹은 방식은 [새마을식당]이나 [현대기사식당]과 흡사합니다.

 

 

밥은 싸구려 중국 찐쌀을 쓰지 않았습니다. 밥과 함께 커다란 대접이 준비되고, 여기에 김치찌개와 밥을 김을 곁들여 비벼 먹으면 됩니다.

 

 

돼지김치찌개 1인분 입니다. 김치 맛에다 매운 양념을 추가해 얼큰하게 만드는 스타일인데, 그리 맵지는 않습니다. 콩나물이 적절하게 들어가 청량감이 듭니다.

 

 

참치김치찌개 1인분 입니다. 통조림 참치를 썼습니다. 맛은 수준급인데, 끓여 먹는 맛으로 볼 때 돼지김치찌개 쪽이 더 맛있습니다. 돼지고기보다 참치 캔을 선호하거나, 참치 캔의 경쾌한 맛이 좋은 사람이라면 참치김치찌개 쪽이 더 좋겠습니다.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정석대로 조리한 [탑동 얼큰한김치찌개]는 서울에 있었어도 이름을 날리는 식당이 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서울 최고 수준의 [광화문집]이나 [은주정]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버금가는 맛을 내는데다 오랫동안 알려진 서울의 김치찌개 전문점에 비해 깔끔하고 잘 정돈된 인테리어가 우위입니다. 무엇보다 단정한 종업원들의 복장과 친절함에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취재를 위해 두 번 방문했고 그 전후로도 몇 번 다녀갔습니다만, 종업원들이 손님을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해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서울 최고 수준 맛에 걸걸한 시장식 구수한 접대를 하는 [은주정]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고 깔끔한 접대를 원하는 쪽이라면 [탑동 얼큰한김치찌개]가 한 수 위입니다. 형편없는 접대 매너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광화문집]하고는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입니다.

 

위치: 제주시 탑동, 탑동로 맥도날드 맞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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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