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31. 22:20

전라도 음식이 맛깔스럽고, 경상도는 맵고 짜 먹기 즐겁지 않다는 통설이 있긴 하지만 반드시 옳지는 않습니다. 음식의 풍미란 본래 그 지역 음식 재료의 풍성함에 달려있는데, 곡창지대인 전라도에 비해 경상도가 음식 맛에 불리하기는 해도 모든 지역이 그렇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잘 나가는 어촌이었던 통영 쯤 되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통영에서 유명한 ‘다찌’집. 일본어에서 빌려온 단어인 ‘다찌’는 통영에서 술 한 병에 일정 금액(보통 만원)을 받고 알아서 안주를 내주는 전통적인 주점을 뜻합니다. 막걸리 한 주전자에 일정 금액을 받고 알아서 안주를 내주는 전주식이나 마산 통술과 비슷한 셈이죠. 그 때 그 때 내오는 안주는 계절에 가장 맛이 좋은 재료를 주방에서 자신있는 조리법으로 다룬 것으로, 안주에 대한 주문은 통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술이 주문일 뿐. 여러 해 전, 통영 지인에게 소개 받았던 [울산집다찌]에 오랜만에 다시 방문했습니다. 가을이 한창을 넘어가던 2009년 10월 30일 저녁입니다.

 

 

그 사이 많이 유명해졌는지, 입구에 TV 방영 광고가 보입니다. 다찌집은 원래 술 한 병에 일정 금액을 받았습니다만, 외지인이 많이 찾기 시작하면서 처음 시킬 때 4병 이상을 시켜야 합니다. 최소한 4만원이 필요한 셈이죠. 소주나 맥주를 포함한 여러 조합으로 시킬 수 있는데, 이 날은 소주를 주문했습니다.

 

 

하얀색 플라스틱 양동이에 소주가 얼음과 함께 담겨 나옵니다. 한 병을 테이블로 꺼낸 후 찍었습니다. 그 사이 가격이 올라 4만원 기본은 없어졌습니다. 기본 다찌를 5만원에 주문합니다.

 

 

주 안주가 나오기 전에 조개국과 함께 기본 상차림이 깔립니다. 여전히 맛있습니다만, 가격이 올라 예전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술을 마시며 친해진 옆 테이블 통영 어르신들이 다른 다찌집을 추천하십니다. 다음 번 방문에는 그 곳을 찾아가봐야겠습니다.

 

기본 상차림에 포함된 문어 숙회.

 

양미리가 조림으로 나옵니다.

 

연이어 구운 굴이 나옵니다.

 

가울에는 역시 대하를 빼놓을 수 없지요.

 

어촌에서 회를 빼놓을 리 없지요. 가을이니 전어를 포함한 회가 한 접시 나옵니다.

 

소주 한 병을 더 시켰을 때, 안주가 떨어져가자 오징어 한 마리를 통째로 회로 내옵니다.

 

내장은 따로 삶아 주십니다.

 

예전의 추억을 길잡이 삼아 통영에 들러 다찌집을 찾았습니다. 계절 재료를 솜씨있게 손질해 맛깔나는 안주로 내주는 것은 여전합니다만, 높아진 가격과 그리 친절하지 않은 서비스가 이제는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통영에서만 찾을 수 있는 술집일 때는 경상남도 특유의 무뚝뚝함도 지역색의 일부였지만, 지금처럼 방송세를 등에 업고 영업을 하는 식당의 서비스로는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음부터는 (어르신들이 추천해주신) 다른 다찌집을 방문하거나, 좀 더 저렴한 ‘반다찌’집을 찾아볼 계획입니다.

 

위치: 충무교 아래 바다를 따라 회집이 즐비한 길에서 해저터널 가기 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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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
2010. 1. 26. 03:42

방배동 내방역 일대에서 널리 알려진 중국음식점으로 [만다린]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아니기 때문에 동네에서 알려진 음식점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블로그 포스트를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9년 10월 25일에 다녀왔습니다.

 

 

호텔이나 고급 식당가에서 볼 수 있는 고급 중식집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정통 중국식 음식점도 아닌, 짜장면 짬뽕을 취급하는 일반 중화요리집입니다. 분위기를 조금 더 고급스럽게 하고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한, 직장인 식당가에 있는 형태의 틈새시장형 중화요리 식당이지요. 상식적인 가격의 메뉴를 갖추고 있고 일반 동네 중국집에서 다루지 않는 메뉴도 몇몇 있습니다. 서비스는 동네 중국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종업원이 많은 만큼 일사분란한 느낌은 있습니다. 동네 중국집 생각하면 크게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수준. 프리미엄의 이름이 아깝지 않게 세 명 이상 시켜도 군만두 서비스 없습니다.

 

 

동네에 흔한 중화요리 식당에서 다루는 메뉴를 대부분 취급합니다. 대신 깔끔한 마무리와 음식으로 차별화합니다. 비슷한 부류의 프리미엄 중화요리 식당 중에서는 첫손에 꼽을 만큼 요리가 괜찮습니다. 주문을 하면, 적절하게 데운 차를 내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기본 반찬을 내놓습니다. 짜사이를 내놓는 것에서 프리미엄급 중화요리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식사는 [만다린]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인 ‘삼선짬뽕’을 주문했습니다.

 

 

다른 기본 반찬은 일반적인 중화요리집과 대동소이합니다. 깔끔하게 담겨 나오는 단무지와 양파.

 

 

양파가 나왔으니 춘장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깔끔하게 나오고 무난합니다.

 

 

기본 반찬으로 김치까지 제공됩니다. 김치는 중국산이 아니며 정석대로 담가 달지 않습니다. 특별한 재료로 맛을 내지는 않았지만 밑반찬으로 먹기에는 훌륭합니다.

 

 

주문 식사인 ‘삼선짬뽕’이 등장했습니다. 야채와 해물이 면발 위를 완전히 덮고 있어 짬뽕인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없을 정도입니다. 푸짐하게 건더기를 담아주는 스타일의 ‘삼선짬뽕’으로 유명한 [만다린]입니다. 곱배기가 아니라 보통이며, 식성이 좋지 못한 남자분들도 남기기 쉬운 양입니다.

 

 

맛은 식재료가 좋은 동네 짬뽕에서 상상할 수 있는 바로 그 맛입니다. 들어간 재료가 좋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한 짬뽕 조리로 충분합니다. 짬뽕 중에서도 고급형으로 꼽히는 ‘삼선짬뽕’에 프리미엄급 동네 중국집 클래스 식당이다보니 가격은 8000원으로 비싼 편인데, 양과 질에서 그만한 값어치는 합니다. 다만 어지간한 곱배기보다 많은 양을 소화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면 후회할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위치: 내방역 8번 출구 나오자마자 보이는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 10미터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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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
2010. 1. 19. 00:55

예전에는 지금의 SK텔레콤 본사가 있는 을지로 2가 골목 사이에 있었습니다만, 예전 건물의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지금의 을지로 쪽에 가까운 명동 건물로 옮겼습니다. 역사와 오랜 단골이 기억하는 예전 을지로 2가 시절을 아쉬워하시는 분도 많습니다만, 옮긴 명동 [하동관]도 본래 식당이 가지고 있던 오래된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하려고 한 듯 합니다. 오랜만에 곰탕을 맛보러 날씨가 화창했던 2009년 10월 24일 방문했습니다.

 

 

예전부터 하동관을 찾으셨던 오랜 단골 중에서는 지금의 명동 위치로 이사를 온 후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을 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신데, 개인적으로는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 위치에 있을 때 그리 자주 찾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고기를 골라 푹 끓여내 깊이 있는 맑은 국물을 내는 곰탕집은 흔하지 않고, 그 중 현재의 [하동관]은 여전히 서울에서 으뜸 가는 맛을 지닌 곳입니다.

 

 

본래 위치였던 을지로 2가 시절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 대를 이은 노부부가 그날 재료와 힘이 되는 때까지만 곰탕을 낸다던 명성은 최소한 현재 [하동관]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점심과 저녁 시간 사이에 가게를 문 닫는 전통은 오후 4시로 고정되었고, 강남에 분점이 존재하며, 업데이트가 활발한 웹사이트가 운영되는 현재의 [하동관]에 구전되던 과거의 명성은 형식화 되어 남았습니다. 다만 다른 식당의 기계적인 웹사이트에 비해 센스 있게 운영하는 웹사이트가 인상적입니다. 오랜만에 찾아 곰탕 기본(8000원)에 날계란을 추가했습니다. 라면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국물 맛이 강한 음식에 날계란을 푸는 조리법은 국물 맛을 죽여 싫어하시는 분이 있지요.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하동관]에서 계란을 파는 이유는 이 식당을 더 유명하게 만든 [식객] 1권에서 상세히 다루었으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장안의 유명한 설렁탕 집이나 곰탕 집은 김치가 받쳐주지 못하면 유명세가 유지되지 않지요. 심심하게 담궈서 우러나는 국물을 시원하게 내는 서울식 깍두기를 [하동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달달한 맛을 얕지 않게 우려내는 깍두기 맛에서도 내공이 느껴집니다.

 

 

식탁 구성은 단출합니다. 간을 보기 위한 소금이 놓여 있습니다.

 

 

이젠 다른 음식점에서는 보기 힘들어 [하동관]의 간판이 된 ‘깍국’을 추가한 곰탕입니다. 국물을 우려낸 서울식 깍두기의 달달한 국물을 곰탕에 섞는 마무리지요. 오히려 옮긴 건물이나 운영 방식보다 ‘깍국’에 대한 종업원 반응에서 예전과 다름을 느끼게 하더군요. 을지로 2가 시절에는 어르신이 직접 주전자를 들고 다니시며 “깍국, 깍국” 손님들에게 따라드리곤 했습니다. 명동에서는 새로운 손님들이 많은지 “깍두기 국물”로 찾으시는 분들이 많고 심지어 저는 “깍국”을 찾았다가 알아듣지 못하는 종업원께서 ‘깍두기’를 추가해 주시기도 하시더군요. 웹사이트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하동관] 고유의 단어를 종업원마저 모르는 상황이 아이러니했습니다. 홍보를 위한 웹사이트와 가게가 따로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식당 내부는 깔끔합니다. 맛도 나무랄 데가 없고요. 식당 역사와 소식을 잘 정리하고 있고 업데이트도 잦은 편인 웹사이트를 직접 운영하시는 것 같지는 않은 것처럼, 구전으로 전해지는 아련한 시절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찾기는 힘든 점이 아쉬움으로 남네요.

 

위치: 을지로입구 역 명동 쪽 출구(5번, 6번)에서 명동로 방향으로 들어가는 왼쪽 끝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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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