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4. 02:53

삼성역 코엑스 주변부에 근처 직장인 점심식사 장소로 널리 알려진 백반집이 있습니다. 한창 때는 체인점도 몇 있었는데, 여전히 본점이 가장 유명합니다. 예전에는 [최고의 밥상]이라는 간판을 썼는데 요즘 [찌개집]이라는 이름을 메인으로 내세우고 통돼지 김치찌개를 미는 모양입니다. 추위가 거의 사라졌던 2010년 2월 24일 늦은 점심 때 찾아갔습니다.

 

 

원래 삼겹살과 생선구이로 점심식사 백반을 차리던 곳인데, 주무기를 바꾸려는 듯 합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후 찾아갔더니, 손님은 거의 없습니다. 다음 서빙 준비에 한창입니다. 내부는 깔끔한 편이고, 대규모 손님을 받은 경험이 많은 관계로 내부 관리가 빠릿빠릿합니다. 이런 류 음식점이 그런 것처럼, 서비스는 몸에 밴 건성 수준으로 보통입니다.

 

 

이 식당을 유명하게 만든 생선구이 백반을 시켰습니다.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꽁치구이 백반을 시켰습니다. 생선구이 백반은 모두 가격이 5000원입니다. 한 사람이 먹고 치우기 쉽게 쟁반에 꽉 채워 내옵니다.

 

 

간판에 해당하는 밥과 생선구이는 최고 수준 재료를 쓰지는 않았지만, 단맛이 배어나는 흰 쌀밥에 적절하게 구운 생선이 어디에서 빠지지는 않습니다.

 

 

반찬은 제법 많이 나오는 편이고 맛은 평이합니다. 입맛을 확 돌게 하는 맛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하고 깔끔하게 제공하는 목표로 조리한 느낌이 강합니다. 직장인에게 인기 좋은 음식점이 보통 그런 것처럼요.

 

 

백반을 다 먹고 나면 후식으로 숭늉을 내옵니다. 한 끼 배부르게 먹을 만 한 양과 만족스러운 가격입니다. 다음 번에는 새롭게 주무기로 밀고 있는 김치찌개를 확인해 보려 합니다.

 

위치: 삼성역 한국전력 뒷골목 식당 거리 끝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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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
2010. 3. 21. 16:31

온갖 관광객이 지나다니는 명동은 분식류의 가벼운 음식을 찾는 손님이 많은 곳입니다. 그렇다고 묵직한 안주에 술 한 잔 하고 싶은 사람이 없을 수가 있나요. 퍼시픽 호텔 방향에는 그런 술 손님들을 기다리는 식당이 제법 있습니다. 그 중 (식당이 겨우 2개 뿐이라 조금 민망하지만) 족발 골목을 이루는 집 중 하나인 [뚱뚱이족발]에 추위가 가시지 않은 2010년 2월 3일에 다녀왔습니다.

 

 

골목을 지키며 오래 장사해서 꾸준히 찾는 손님이 많은 곳입니다. 족발을 먹고 싶으나 장충동까지는 가기 귀찮은 일본 관광객이(나 한국 사람들도) 찾는 골목이기도 하지요.

 

 

정리를 앞 둔 11시 경에 찾았는데도 손님들이 제법 있는 편이었습니다.

 

 

내부 장식과 식탁은 무난한 구닥다리 식당 스타일입니다. 족발 中 자를 시키니 물수건을 내옵니다.

 

 

일반적으로 족발을 시키면 맑은 콩나물국을 내주는 족발집이 많은데, 배추와 콩나물을 넣어 달짝지근한 된장국을 개별적으로 내줍니다. 달달하게 미소 비슷한 맛을 내는 국물을 개인마다 내주는 것은 일본 손님들을 의식한 세팅이 아닌가 합니다.

 

 

보쌈도 함께 취급하는지라 김치가 신선하고 씹히는 맛이 시원합니다. 조금 달긴 한데 근래 많은 식당에서 내오는 김치가 그러하니 이 집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상추는 신선하고 크기도 적당합니다.

 

 

고추는 큼직하지만 맵지 않고, 마늘은 통마늘을 그대로 내옵니다. 개인적으로 맵지 않은 고추를 좋아해 괜찮았습니다만, 마늘의 경우에는 젓가락만 가진 손님이 먹기는 힘들겠네요. 배려가 아쉽습니다.

 

 

족발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부추를 양념해 내줍니다. 명동 족발 골목의 족발집들은 부추를 함께 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빠질 수 없는 새우젓. 찍어 먹기 좋게 양념했습니다.

 

 

주문한 족발(中)이 나왔습니다. 육질은 무난하고, 잡내 없이 삶아 먹기 좋습니다. 양은 가격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장충동이야 원조 명성으로 뻥튀기 가격을 받는 곳이니 그렇다 치고, 공덕동이야 많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니 그렇다 쳐도, 일반적인 족발에 비하면 30%가량 비싼 반면에 엄청나게 인상적인 맛은 아닙니다. 비슷한 가격대에 훨씬 부드럽고 씹히는 맛이 좋은 족발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으니까요.

 

비교적 깔끔하고, 나쁘지 않은 족발을 내는 곳입니다. 손님이 많아 재료 회전이 빠르다보니 신선도도 좋은 편이고요. 하지만 받는 가격을 생각할 때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내부와 식기는 그저 그렇고, 위생은 종로 골목의 족발집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빼어난 편도 아니고, 무엇보다 건성건성인 서비스가 나쁜 편입니다. 가격은 명동 프리미엄이 있고, 서비스는 명동과 동떨어진 느낌이네요. 명동 근방에서 족발을 너무나 먹고 싶을 때 찾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일부러 찾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위치: 명동 퍼시픽 호텔 정면에서 좌측 골목으로 10미터 쯤 올라가다 보면 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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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
2010. 2. 24. 03:28

서울에서도 [따로국밥]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밥과 국이 따로 나오는 스타일은 여기저기 흔적으로 남아있지만요. 서울의 [따로국밥] 역시 유래는 한국전쟁 때 서울로 올라온 대구 사람들이었다고 하죠. 화창한 하늘이 볼 만 했던 2009년 11월 1일 가을에 대구에서도 원조로 꼽힌다는 [국일따로국밥]에 다녀왔습니다.

 

 

대구 시내 중심가인 중앙로 큰길에 위치하고 있고 건물로 큼지막하게 지어 찾기 쉬웠습니다. 전통을 말해 주듯 새 간판 뒤쪽으로 옛 간판을 남겨 놓았고, 입구 한 귀퉁이에는 [국일따로국밥]을 시작한 1946년이 새겨져 있더군요.

 

 

해장 삼아 휴일 아침에 찾아서인지 손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돈이 잘 되어있었고, 식당 위치와 내부 분위기로 보건데, 평일에는 손님이 많을 법 합니다.

 

 

유일한 메뉴 [따로국밥]을 시킵니다. (메뉴는 세가지로 따로국밥, 특 따로국밥, 따로국수입니다. 따로국밥은 5000원입니다.) 신선한 재료를 충분한 시간 끓여 부드럽고 맛이 깊습니다. 잘 익은 야채가 약간의 단맛을 느끼게 하며 생각보다 자극적인 맛은 아닙니다. 구수한 맛은 없습니다만, 화학조미료 맛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시원한 느낌입니다. 서울에서 먹은 [따로국밥]도 비슷한 맛인 것을 보면, 지역과 시간의 차이에도 맛은 크게 변하지 않았나 추리해 봅니다.

 

 

당연히 밥은 “따로”나옵니다.

 

 

취향에 따라 넣어 먹을 수 있도록 부추가 나옵니다.

 

 

고깃국을 파는 집이 김치가 맛없으면 큰일이지요. 김치는 무난하고 신선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김치보다는 깍두기가 인상적입니다. [하동관] 등에서 볼 수 있는 국물 많은 서울식은 아니지만 시원하고 신선하게 관리가 되어있습니다.

 

맛은 서울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따로국밥] 전문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오히려 마음에 듭니다. 세월과 장소를 넘어 원조를 만난 느낌입니다. 오랫동안 손님을 받아 장사하고 명성을 쌓은 식당 특유의 여유와 깔끔한 식당 관리가 믿음직합니다. 재료와 반찬이 신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대구에서 한 끼 밥이 생각나거나 해장을 원할 때 찾아볼 만 한 식당입니다.

 

위치: 중앙로 큰길 흥국생명 옆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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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
2010. 2. 4. 01:28

통영에 가면 세가지는 반드시 먹어보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술 한 병에 안주가 따라나오는 다찌, 통영 뱃사람을 상대로 처음 출발한 충무김밥, 그리고 바로 시락국입니다. 시락국이란 장어를 갈아 만든 밑국물에 시래기를 넣은 통영 고유 음식입니다. 아마도 시래기국의 통영 사투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을이 여물어 가는 2009년 10월 31일 아침, 해장 삼아 방문했습니다.

 

 

통영 서호시장 입구에 위치한 [원조시락국]을 찾았습니다. 통영을 돌아다니면 시락국을 하는 식당은 여럿 있습니다만, 원조로 꼽는 집은 이곳이라죠. 오래된 만큼 TV에서도 방송되었다는 광고 간판이 따로 붙어 있습니다. 원조 식당이 있으면 주변에 원조를 자처하는 식당이 몰리는 경우가 많은데, 특이하게도 주변에 시락국만 하는 식당은 [원조시락국] 밖에 없는데다 한창 바쁜 시장 입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내부는 단출하게 바(bar) 형식의 좌석이 두 개 마련되어 있으며, 한 쪽은 조리를 직접 대접 받는 쪽이고 다른 쪽은 가져다 주는 쪽입니다. 반찬을 덜 수 있는 반찬통이 길게 늘어서 있고, 양념과 식기, 반찬 종지가 개인별로 가져가 쓸 수 있게 놓여 있습니다. 다루는 메뉴는 시락국 밖에 없으니 음식을 제외하면 주인의 서비스가 따로 필요없는 구조입니다.

 

 

원하는 만큼 반찬을 가져갈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반찬 상태는 대부분 좋은 편이고 10가지 반찬을 반복해서 배치한 구조입니다. 반찬 별로 덜어 먹을 수 있는 집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서비스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위생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주문한 공기밥과 시락국이 나왔습니다. 주문 후 음식이 나올 때까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예전에 [원조시락국]에 들렀던 다른 블로그에서는 “국물이 필요하면 계속 드립니다”라는 국물 무한 리필이나, 메뉴가 따로국밥과 말이국밥으로 구분된다는 소개가 있었으나, 2009년 10월 31일 기준에서 그런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막상 시락국은 장어전문점에서 전채로 나오는 국물이나 잘 만든 추어탕처럼 장어의 풍미가 짙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조금 진한 맛이 나는 시래기국이라는 느낌입니다. 과도한 기대가 없다면 해장으로 즐길 만 하고, 강한 맛이나 깊은 맛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4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좋은 맛이며, 훌륭한 서비스보다는 적은 종업원에 맞춘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입니다. 여행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는 힘들겠지만, 주변에 사는 분들이 가볍게 먹을 만한 끼니나 경쾌한 해장으로는 충분합니다.

 

위치: 서호시장 입구 통영 농협공판장 맞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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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
2010. 1. 19. 00:55

예전에는 지금의 SK텔레콤 본사가 있는 을지로 2가 골목 사이에 있었습니다만, 예전 건물의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지금의 을지로 쪽에 가까운 명동 건물로 옮겼습니다. 역사와 오랜 단골이 기억하는 예전 을지로 2가 시절을 아쉬워하시는 분도 많습니다만, 옮긴 명동 [하동관]도 본래 식당이 가지고 있던 오래된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하려고 한 듯 합니다. 오랜만에 곰탕을 맛보러 날씨가 화창했던 2009년 10월 24일 방문했습니다.

 

 

예전부터 하동관을 찾으셨던 오랜 단골 중에서는 지금의 명동 위치로 이사를 온 후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을 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신데, 개인적으로는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 위치에 있을 때 그리 자주 찾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고기를 골라 푹 끓여내 깊이 있는 맑은 국물을 내는 곰탕집은 흔하지 않고, 그 중 현재의 [하동관]은 여전히 서울에서 으뜸 가는 맛을 지닌 곳입니다.

 

 

본래 위치였던 을지로 2가 시절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 대를 이은 노부부가 그날 재료와 힘이 되는 때까지만 곰탕을 낸다던 명성은 최소한 현재 [하동관]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점심과 저녁 시간 사이에 가게를 문 닫는 전통은 오후 4시로 고정되었고, 강남에 분점이 존재하며, 업데이트가 활발한 웹사이트가 운영되는 현재의 [하동관]에 구전되던 과거의 명성은 형식화 되어 남았습니다. 다만 다른 식당의 기계적인 웹사이트에 비해 센스 있게 운영하는 웹사이트가 인상적입니다. 오랜만에 찾아 곰탕 기본(8000원)에 날계란을 추가했습니다. 라면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국물 맛이 강한 음식에 날계란을 푸는 조리법은 국물 맛을 죽여 싫어하시는 분이 있지요.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하동관]에서 계란을 파는 이유는 이 식당을 더 유명하게 만든 [식객] 1권에서 상세히 다루었으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장안의 유명한 설렁탕 집이나 곰탕 집은 김치가 받쳐주지 못하면 유명세가 유지되지 않지요. 심심하게 담궈서 우러나는 국물을 시원하게 내는 서울식 깍두기를 [하동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달달한 맛을 얕지 않게 우려내는 깍두기 맛에서도 내공이 느껴집니다.

 

 

식탁 구성은 단출합니다. 간을 보기 위한 소금이 놓여 있습니다.

 

 

이젠 다른 음식점에서는 보기 힘들어 [하동관]의 간판이 된 ‘깍국’을 추가한 곰탕입니다. 국물을 우려낸 서울식 깍두기의 달달한 국물을 곰탕에 섞는 마무리지요. 오히려 옮긴 건물이나 운영 방식보다 ‘깍국’에 대한 종업원 반응에서 예전과 다름을 느끼게 하더군요. 을지로 2가 시절에는 어르신이 직접 주전자를 들고 다니시며 “깍국, 깍국” 손님들에게 따라드리곤 했습니다. 명동에서는 새로운 손님들이 많은지 “깍두기 국물”로 찾으시는 분들이 많고 심지어 저는 “깍국”을 찾았다가 알아듣지 못하는 종업원께서 ‘깍두기’를 추가해 주시기도 하시더군요. 웹사이트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하동관] 고유의 단어를 종업원마저 모르는 상황이 아이러니했습니다. 홍보를 위한 웹사이트와 가게가 따로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식당 내부는 깔끔합니다. 맛도 나무랄 데가 없고요. 식당 역사와 소식을 잘 정리하고 있고 업데이트도 잦은 편인 웹사이트를 직접 운영하시는 것 같지는 않은 것처럼, 구전으로 전해지는 아련한 시절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찾기는 힘든 점이 아쉬움으로 남네요.

 

위치: 을지로입구 역 명동 쪽 출구(5번, 6번)에서 명동로 방향으로 들어가는 왼쪽 끝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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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lantica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