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치면 한 때 번화했던 구 시가지에 해당하는 제주시 탑동은, 해변을 바라보는 호텔과 상가가 섞여 있는 곳입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회집도 무척이나 많지요. 하지만 시원한 한 그릇 김치찌개가 먹고 싶을 때 회집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오랜만에 찾은 탑동에 좋은 김치찌개 전문점이 생겼더군요. 봅 햇볕이 조금씩 뜨거워지던 2010년 4월 22일과 5월 27일에 다녀왔습니다.
이미 지역에서는 유명한 식당인 것 같더군요. 간판이 깔끔해 새로 지은 티가 나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리모델링을 한 지 오래지 않은 모양입니다. 가게 이름부터 [탑동 얼큰한김치찌개]로 김치찌개 전문점이라는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종업원들은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다루는 메뉴는 단 세 개로, 돼지김치찌개와 참치김치찌개, 비빔국수입니다. 모두 ‘얼큰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습니다. 메뉴 상에는 2인분 이상 주문이 가능하고 12,000원부터 시작하지만 한 사람 분량도 팝니다. 가격은 6,000원입니다. 두 사람 이상이 시키는 경우에는 계란찜을 내줍니다.
기본 반찬으로 세가지가 나옵니다. 보통 김치찌개 전문점은 반찬이 단순한 경우가 많은데, 3찬이면 적당한 수준입니다. 반찬 하나하나를 정갈하게 준비해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상 한 쪽 편에는 김이 준비되어있습니다. 김치찌개를 밥과 비벼 먹을 때 쓰라는 의도입니다. 먹은 방식은 [새마을식당]이나 [현대기사식당]과 흡사합니다.
밥은 싸구려 중국 찐쌀을 쓰지 않았습니다. 밥과 함께 커다란 대접이 준비되고, 여기에 김치찌개와 밥을 김을 곁들여 비벼 먹으면 됩니다.
돼지김치찌개 1인분 입니다. 김치 맛에다 매운 양념을 추가해 얼큰하게 만드는 스타일인데, 그리 맵지는 않습니다. 콩나물이 적절하게 들어가 청량감이 듭니다.
참치김치찌개 1인분 입니다. 통조림 참치를 썼습니다. 맛은 수준급인데, 끓여 먹는 맛으로 볼 때 돼지김치찌개 쪽이 더 맛있습니다. 돼지고기보다 참치 캔을 선호하거나, 참치 캔의 경쾌한 맛이 좋은 사람이라면 참치김치찌개 쪽이 더 좋겠습니다.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정석대로 조리한 [탑동 얼큰한김치찌개]는 서울에 있었어도 이름을 날리는 식당이 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서울 최고 수준의 [광화문집]이나 [은주정]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버금가는 맛을 내는데다 오랫동안 알려진 서울의 김치찌개 전문점에 비해 깔끔하고 잘 정돈된 인테리어가 우위입니다. 무엇보다 단정한 종업원들의 복장과 친절함에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취재를 위해 두 번 방문했고 그 전후로도 몇 번 다녀갔습니다만, 종업원들이 손님을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해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서울 최고 수준 맛에 걸걸한 시장식 구수한 접대를 하는 [은주정]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고 깔끔한 접대를 원하는 쪽이라면 [탑동 얼큰한김치찌개]가 한 수 위입니다. 형편없는 접대 매너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광화문집]하고는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입니다.
위치: 제주시 탑동, 탑동로 맥도날드 맞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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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국립공원 안에 있는 절 내소사는 입구부터 펼쳐진 가로수 길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합니다. 마침 잔잔한 비가 내려 청명한 공기가 가득 했던 조금 흐린 2010년 4월 10일에 다녀왔습니다.
매표소를 들어서면 잘 정돈된 가로수가 펼쳐집니다. 때가 때이던 만큼 부처님 오신 날 행사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길은 그리 길지 않지만,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길 만한 길이입니다.
길이 끝날 때 내소사가 나타납니다. 거대한 가람은 아니지만, 아담하고 단아한 주변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기품이 있습니다.
경내가 단아합니다.
내소사에서 산길을 따라 봉우리를 넘어가면, 반대편 능선을 따라 형성된 직소폭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내소사처럼 단아하고 아담한 주변 분위기를 따라 작은 물길이 시원하게 흐릅니다.
길을 따라가면 멀리서 직소폭포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산길을 따라 걷다 만나는 봉래계곡과 산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물이 매우 맑으며, 마침 자잘하게 내린 비와 옅은 안개가 신선이 살고 있는 수묵화 풍경을 만듭니다.
신라 때 창건되었다는 실상사가 나타나면 산행이 거의 끝나가는 셈입니다. 한 때의 영화를 뒤로 하고 지금은 외롭게 한 동이 남아 있습니다. 고즈넉한 가운데 계절을 타고 남아있는 갈대와 은은한 안개가 무상한 세월을 기억하는 듯 합니다.
아름다운 갈대 길을 따라 걸으며 내소사와 직소폭포를 지나 실상사에 이르는 걸음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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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산 입구, 매표소 앞에는 산입구 앞쪽 길이 으레 그런 것처럼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이 줄을 서 있습니다. 대부분 간단한 잡화점과 기념품 가게이자 식당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다른 곳과는 다르게 내소산 입구에 줄 선 식당은 밥 맛이 좋다고 하여 일부러 찾아갔습니다. 보슬비가 내려 시원했던 2010년 4월 10일 아침입니다.
내소산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식당입니다. 맛집으로 이름을 날리는 식당은 몇 안되는 메뉴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곳은 매우 다양한 음식을 취급합니다. 사전에 이 주변 식당은 청국장이 맛있다는 조언을 얻고 찾아갔습니다.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과 가까운 변산반도 안 식당답게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다섯 가지 젓갈이 기본으로 나옵니다. 하나같이 기본 이상의 맛을 하여 감탄했습니다.
젓갈에 이어 나온 기본 반찬도 수준 이상의 맛이 있고 무엇보다 푸짐합니다. 흔한 여행지 식당에서 가질 법한 기대가 보기 좋게 깨집니다.
청국장을 즐기지 않는 일행을 위해 바지락 칼국수도 주문했습니다. 별난 맛이 있지는 않지만, 바지락 칼국수를 한다는 어지간한 식당 이상의 맛입니다.
청국장은 비범한 수준은 아닙니다만, 역시 재료를 아끼지 않았고 구수한 맛이 살아 있습니다. 조금 더 청국장 냄새를 살렸어도 좋았겠습니다만, 이미 여행지 외지인 상대 식당은 훨씬 뛰어넘어 마음에 듭니다.
위치: 내소산 매표소 바라보고 바로 좌측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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